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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겸칼럼] 잠시 있다 간 가을을 돌아보며...
송인겸 사회복지법인 두드림 이사장
기사입력  2016/12/07 [12:47]   놀뫼신문 icon_mail.gif
 
 
 

  

지나간 것들에 대해 연연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져도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자책을 한다. 가을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겪이다. 가을이 하릴없이 흘러 색동옷을 입은 대지가 온통 바라져서 해지기도 하고 거기에다 마음도 많이 흔들려 굴복한 느낌도 있다. 자연에 굴복하는 것은 자연에 사는 모두에게는 행복한 주문들이다.

 

지금은 복개가 되어 2차선 도로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 집 앞에는 작은 도랑이 흐르고 있었다. 그 도랑물은 보문산 계곡에서 내려와 대사동과 대흥동을 거쳐 집 앞으로 지나가 대전천과 합류를 한다. 그 작은 도랑물과는 자잘한 애환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다. 고무신을 도랑물에 떨어뜨려 한짝만을 신고 집으로 들어가 어머니에게 회초리로 혼난 기억도 있고, 자전거를 처음 타다가 잘못하여 도랑물 속으로 곤두박질 쳐서 온몸이 흙탕물로 범벅이 된 기억도 있다. 언젠가는 동네 소꿉친구들과 종이배를 만들어 도랑 밑으로 내려가 누가 제일 멀리 종이배가 흘러가는지 서로 내기도 하였는데, 아무리 종이배를 잘 만들어도 그리 멀리가지 못하고 물속에 가라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린 마음에 많이 실망을 했던 적도 있었다.

 

흘러간 것은 흘러간 데로 쉽게 잊어버리면 마음은 이내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오십대 중년의 나이가 되면 마음의 한구석에서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다.

 

가을은 회상의 돛이 되어 먼 곳으로 안내를 한다. 붉은 노을과 노란 은행나무숲을 지나 가녀린 붉은 단풍의 다섯 손가락이 가리키는 은은한 그곳, 마치 내가 아주 오래 전에 떠나보낸 종이배들이 그곳에서 한가로이 떠 노니는 곳, 그곳에서 보게 되는 영상들은 가을이 무대가 되고 난 그냥 일인 객이 되어 마지막 달을 맞이하고 있다.

 

가을은 회심곡처럼 옛 기억의 슬픔이 그리움으로 그리고 감동으로 승화시키기도 하지만 아픔도 그만큼 크게 자리한다.

 

오래 전에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었다.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서로의 집을 오고가며 그와 함께 했으니 서로의 집에서도 다 알만한 그런 친구였다. 그런 친구와 헤어진 것이 결국 돈 때문이었다. 그리 큰돈은 아니었지만 이 돈과 관련된 부수적인 것으로 인하여 너무 실망을 했다. 결국 사람도 잃고 돈도 잃고 했던 아픈 과거의 기억이다.

 

이러한 기억도 세월이 십 여년이 지나니 거의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평상시 아무 느낌도 없었다. 그런데 앙금은 남아있어 한해가 저물어가는 이맘때가 되면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기억나 마음속에는 늘 그 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 즈음이었을 거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다니는 직장으로 그 친구가 찾아왔다. 십 여년 만에 처음 대면하는 얼굴이라 의외라 생각을 하여 같이 술을 한잔 했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오려고 하다가 마음을 꾹 누르며 참았다. 오히려 그놈은 내가 먼저 자기를 찾지 않은 것에 대하여 서운하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내가 너와 왜 헤어졌는지.. 에 대한 기억과 금전적인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리는데 그 순간 머릿속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마음을 이내 억누르며 진정을 시켰다.

 

“너는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지금껏 마음 편하게 살았을 테지만 난 너에 대한 기억에 많은 분노를 억누르고 속상해 하며 산 기억들이 너무 억울해서 너를 지금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헤어진 일이 있다. 그 후 다시는 그 친구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놈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그리 좋지 않다. 예수님이 왜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용서를 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하는 일이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누구를 원망하는 마음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미안하다는 말과 용서를 구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가 마음을 풀고 평안한 삶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래를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움을 버리면 그 빈속에는 행복이 들어가 우리들 마음속에 풍족함을 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친구를 용서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마지막 남은 한달을 의미있게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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