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머물다 간다.
센치 해지는 날이 많아지는 가을은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무언가를 새기듯
쉽게 놔두지 않는 날로 이어진다.
떨어진 가로수 잎만 봐도
마음이 이리 저리니
멀리 있는 그리움은
더 말한 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음에 그리움이 가득하다.
가을이 올해도 어김없이 내 안에 찿아왔다.
몹쓸 것이 왔다.
쉼 없이 가는 자침이 더디게 가는 것도
가을이 단풍잎 다섯 손가락을 이용했다는 심증은 가지만
모든 생각이 시간을 거슬러서
과거의 누군가를 지향하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가을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낯설다.
늘 일에 의해서
들썩여야 했던 어깨와 팔이
가을이 되면 제법 가벼워지지만
그 모든 것이
머리에서 온전히 마음으로 내려와
나의 심적 총량은 셈세이 뽕이다.
다른 계절보다
가을이 내 마음에 오래 머물다 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