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한라산 중턱에서
겨울나무처럼 숨죽인 듯 서 있는
구상나무 군락을 보았다.
죽어서도 의젓하다.
겉으로 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하고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별반 없다.
생과 사의 경계는
연민의 눈물로 만들어져 있음이 분명하다.
사랑 그리고 후회가 더 클수록
경계의 턱은 더 높아진다.
그 경계가 널을 뛰면 슬픔도 덩달아 뛴다.
슬픔으로 오랜 세월을 버틸 힘은 인간에게만 있다.
자기를 향한 연민 때문이다.
너가 사람이야! 하고 외치듯이
올곧게 살려는 그 의지가 만나서 사람이 된다.
주목은 살아서도 천년 죽어서도 천년.
긴 생명력도 물론이고
생을 마감한 후에도 잊히지 않는
누군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러움이 있다.
남기고 갈 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생과 사의 무표정한 경계의 겨울나무처럼
슬픔을 덜게 하고 오랫동안 연민으로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운 겨울에 미동도 없는
너를 바라보며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