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
흑백논리를 추구했던 시대를
함께 걸었던
이미 사장(死藏)된 흑백사진들!
그 속엔 검은 튀튀한 형상들이
컬러에 익숙한 우리의 시선을
늪 속으로 깊게 빠져들게 한다.
마음은 그 시절로 내달리다
잠시 멈추는 이유가
기억 속 마디마디에 간이역 같은
느슨한 세월의 흔적을 더듬기 위해서다.
잊어진 너를 찾고
그와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던져진 그 흔한 행동들이
수십 년을 오크통에서 숙성된
발렌타인 위스키처럼
그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알아서다.
목젖을 타고 들어가는 껄쭉한 오크 향 덩어리가
눈으로 스며들어 와서
50년의 그윽한 정취와
그 속에 담긴 추억으로 나발을 불듯
한동안 무뇌아 적 사고로 몽롱하게 한다.
빛바랜 흑백사진들이
몽달귀신처럼 우리의 영혼들을
끌어들이게 하는 힘은
오래전부터 전해 들어왔던
착한 토종 귀신들의 소원들을
들어주고 이루어져서 그렇다.
들어주는 힘! 경청!
흑백사진은 경청을 하게한다.
인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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