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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받는 가을이 되었으면…….

지구상에 사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그들이 태어나 자라는 동안 그 속에는 본능적인 당당함이 있다. 대자연 속에 어우러져 단 며칠을 살더라도 자신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쉽다. 참고 인내하며 사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만 있다.

가을이 많이 깊어져 점점 어눌하고 스산해 가는 밤!

말라가는 풀 섬 사이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작은 미물이라고 하찮게 생각해 왔던 내 우둔함이 그 소리의 깊이와 울림에 부끄러움이 들 정도였으니 어둠이 짙게 깔려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한평생 그런 당당함으로 세상에 포효하듯 우렁차게 표현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가에 대한 일종의 자괴감 같은 것이 작용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사회라는 굴레에서 한평생을 부대끼며 살 수 밖에 없는 종족이기에 보호라는 명목으로 끝도 없는 제제를 당하다 갖고 있던 꿈마저도 몸이 자람에 따라 현실적으로 변형되어 살아온 부분이 너무나 많다.

어느 방송인지는 모르나 한 개그맨이 산속을 헤매다 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과 하룻밤을 지내는 그런 내용의 리얼다큐를 본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그 곳에 빠져 유심히 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아내가 한마디 거든다. 당신의 십여 년 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던지는 말에 마음이 좀 뜨끔했다. 무슨 사연이 있어야 자연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야 이정도 나이를 먹다보니 도시를 떠나 자연에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동경심을 찾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을 했다.

관심도 없고 그저 하찮게 생각했던 주위 사물들이 더 귀하고 더 소중하게 생각되었던 것은 내 눈의 시력이 좋았던 젊은 시절이 아니라 나이 들어 눈이 점점 침침하고 점점 주위가 잘 보이지 않던 그 순간부터 주위 사물에 더 관심을 갖고 더 가깝고 더 사랑스러워 했으니, 이것이 나이 먹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혜안의 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기쁨과 슬픔에 쉽게 반응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나이가 들어서라는 편향적인 마음을 갖기 보다는 사람도 이제는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낫겠다는 생각에서 마음을 다져본다.

자신의 존재가 점점 상실되어 가는 느낌을 체험하며 사는 우리 같은 오십대를 걷는 중년들에게는 모든 것이 더 애틋하게 애증으로 다가온다.

가을이 말엽으로 치닫는다. 그렇게 되면 풋풋하게 한 철을 살아왔던 그리고 화려하게 치장했던 잎새들의 대부분은 그 모체에서 서서히 버림을 받는다.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우리들은 그 안에서 가을의 마지막 즐거움을 만끽하지만 이제는 가을 같은 인생의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가까운 사람들이 하나씩 주위를 떠나는 그런 모습들이 결국 자신을 비추는 거울상처럼 머리에 각인이 되고 그래서 마음이 어눌해지고 우울함으로 얼굴에 그늘이 짙어진다.

이런 세세한 것들이 마음을 견디기 힘들게 해도 나이 먹은 사람들은 어른스럽게 조용히 그리고 무표정하게 숨죽여 살아야 한다. 결국 그러다 삶의 의욕이 점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제는 나이를 먹은 만큼 자연의 모든 미물처럼 아주 당당하게 소리 내어 눈물을 쏟으며 자신을 표현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가끔은 흐르는 눈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 자연처럼 표현한다는 것이 그래서 새들처럼 잠시나마 자신의 처지를 잊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지만,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는 같은 인간에게서 위로를 받는 것이 최고로 좋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이 주위에 있어야한다.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다 사방으로 흩어져 아등바등 살던 젊은 시절 그리고 자신의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시계추처럼 직장과 집만 오고가며 힘겹게 살았던 장년시절 이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소꿉친구들과 함께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살아가야 우리의 남은 삶이 그런 대로 외롭지 않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많이 슬퍼한 친구가 있었다. 한동안 연락이 없어 궁금하던 차에 알아보니 그동안 우울증에 빠져서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진즉에 알았더라면 많이 위로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진솔한 마음을 보여주지 못해서 부끄러움이 많이 감추어진 그런 밤을 보내고 있으니 음력 9월의 그믐달이 향적산에 살짝 비췄다가 술렁술렁하게 넘어가듯 마음 상하지 않는 그런 가을밤을 보냈으면 싶다.

 

사회복지법인 두드림 송인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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